독자 여러분, 안녕하신가?

오늘의 졸업생탐방 업체는 넥슨이다.

아니, 오늘이 아니라 6월27일에 취재를 했으니 거의 한 달 전이구만... -.-;;

하지만 밥도 뜸이 들어야 맛있고 와인도 숙성이 되야 가치가 있는 법!

기사가 좀 늦었지만 유익한 기사를 위한 숙성기간이었다고 생각하시라. 그렇다고 너무 기대하지는 말고...   그럼 다섯 번째 기사 출발해보자. 넥슨은 선능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평소 하듯이 홈페이지 약도를 참고해서 무작정 가려고 했는데 재원군이 선능역7번 출구로 마중 나오겠단다. 지하철에서 나와 조금 있으니 재원군이 나타났다. 우리 취재팀은 재원군의 안내로 어느 건물의 허름한 입구에 들어섰다. 넥슨 이름에 걸맞지 않게 이렇게 초라한 곳에.... 라고 생각하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자 분위기가 확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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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뭐야, 이건.....  우리학원보다 훨~ 좋잖아?

순간 필자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오늘 돌아가는 길에 꼭 로또를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

아무튼 계속 진행하자.

이번에는 등장인물에 대해 알아보겠다.

3기 졸업생 신재원 (기획자) 우리학원 출신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사. 현재 군번도 계급도 없는 무소속으로 비밀프로젝트(?)를 진행 중.		5기 졸업생 손형석 (프로그램 파트장) 넥슨에 근무하는 졸업생 중 입사순위로 제일 고참이다. 3년차 특별상여금과  인재추천 상여금으로 최근 재물운이 급상승 중.

5기 졸업생 최진혁 (기획자) 사진은 날카롭게 나왔지만 알고보면 천사표다. 재학생 때 별명이 '사자'였는데 갈기는 대체 어디로 갔나? 암사자가 된겨?		11기 졸업생 장재영 (기획자) 자칭 '의리' 기획자. 여성개발자가 많은 팀에 배속된 행운아지만 아쉽게도 전부 누나뻘이란다.

이상 소개한 네 명 외에 그래픽디자이너로 근무하는 3기 문연정양은 업무가 바쁜 관계로

오늘 특별히 불참해주셨다. 그리고 취재팀은 필자와 13기에 재학 중인 정태섭군, 사진촬영을 담당한

이신구군, 이렇게 3명이 참석했다.

아! 그리고 아랫글은 이신구군에게 쓴 글이니 독자들은 읽지 말고 넘어가기 바란다.

신구야, 네가 사진실력이 일천하다며 사양할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결코 겸손이 아니더라.

구도는 그렇다쳐도 초점은 맞아야 하지 않겠니?

[필자] 사부를 극진히 생각하는 마음은 알지만 뭐하러 마중까지 나왔나? 혼자서도 잘 올 수 있는데...

[재원] 그게 아니라 회의실이 여러 건물에 있는데 장소가 이제서야 결정.....

[필자] 아, 그건 됐고! 건물이 총 몇 개인가?

[재원] 자회사를 제외하고 본사만 6개를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필자] 헉! 건물 6개 전체를 사용하는 건가?

[재원] 거의 다 쓰는 건물도 있고 몇 개층만 사용하는 것도 있다.

[필자] 이 곳에는 회의실이 몇 개 있나?

[재원] 4군데 있다.

[필자] 여기는 회의실에 비해서 로비가 왜 이렇게 넓나?

[재원] 여기는 대외용이고 층마다 회의실이 또 있다.

[형석] 사실 여기는 밥먹는 용도로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필자] 우리 회의실도 학생들이 도시락 까먹는 장소로 많이 이용하는데 여기는 참 깔끔하다.

          요즘 우리 홈페이지에서 급부상하는 동호회가 한솥도시락 동호회다.

[형석] 디지탈단지에 밥값이 비싸서 그런 건가?

[필자] 값은 여기랑 비슷할 꺼다. 그런데 맛은 좀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다.

          시작 하기에 앞서 간단한 소개부터 하자. 자! 그럼 고도리 순으로...

[재영] 나는 5월31일날 입사했다.

[필자] 5월31일이면 한 달이 조금 안됐는데 일 할만 한가?

[재영] 재미있다. 분위기도 괜찮고... 특히 우리팀에는 여성개발자가 많아서...

다들 부러워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필자] 여성개발자가 얼마나 되면 많은 건가?

[재영] 기획자 중에 여성이 70~80% 정도 된다.

[재원] 재영씨보다 나이 어린 사람은 없는 것 같던데.

[재영] .......

[진혁] 완전 화사한 분위기에서 일 하겠네.

[필자] 그 팀은 프로젝트가 여성취향이라 여성개발자가 많나?

[재영] 우리팀의 게임은 좀 아기자기 한 편이다.

[필자] 회사도 좋지만 팀도 잘 들어갔다. 금상첨화다.

[재영]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여성들이 많다보니까 처음에는 수다에 적응 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어느 날 돌아보니 내가 수다를 떨고 있었다.

[진혁] 나는 3월달에 입사했고 이달부터는 정직원이다.

[필자] 경력사원도 수습기간이 있나?

[진혁] 경력에 관계 없이 무조건 3개월이 수습기간이다. 현재 소속팀은 FPS를 개발하고 있고

          얼마 전 성황리에 클베를 마쳤다. 지난 주까지는 거의 매일 밤샘작업에 시달렸다.

[필자] 그 다음이 형석이가 소개 할 차례인가?

[형석] 나는 입사 3년차다. 8월달에는 3년차 근속휴가를 받는다.

[필자] 3년 되면 휴가를 얼마나 주나?

[형석] 휴가 열흘에 50만원을 준다. 원래 5월달인데 수습 3개월이 있어서 휴가는 8월이 됐다.

[필자] 휴가철에 휴가비도 생기고 딱 좋다.

[형석] 그렇다. 하지만 한참 바쁠 때라 실제로 휴가는 못 갈 것 같다.

[필자] 전에 회사가 FPS 만들지 않았나? 그럼 진혁이랑 같은 팀인가?

[형석] 그렇다.

[필자] 그럼 형석이를 제외하면 재원이가 제일 먼저 들어왔나?

[재원] 나는 작년 9월에 들어왔다.

[필자] 그럼 형석이 빼고는 입사한지가 다들 오래 안 됐다. 팀 내 프로젝트는 잘 진행되나?

[재원] 얼마 전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했다. 지금은 팀원이 나를 포함해서 3명이다.

[필자] 3명이면 현재 기획만 하는 중인가?

[재원] 아니다.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있다. 그래픽 하나, 클라이언트 하나, 기획자 하나다.

[필자] 넥슨에서는 일반적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시작하나?

[재원] 만들어야 된다.

[필자] 그럼 프로토타입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바로 드롭되나?

[재원] 회사차원에서 드롭 시키는게 아니라 개발본부 내에서 처리한다.

[필자] 형석이와 진혁이만 같은 팀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각기 다른 팀에 소속됐나?

[형석] 건물도 다 다른 것 같다.

[재원] 형석씨랑 재영씨는 같은 건물 아닌가? 아펙스?

[형석] 맞다. 나는 이 건물이다.

[재원] 그럼 3명은 같은 건물이다.

[필자] 건물이 서로 다르면 얼굴 보기도 힘들겠다.

[재원] 지나가다가 가끔 한 번씩 본다.

[필자] 건물이 다르면 심리적인 독립성은 있겠는데 교류는 부족하겠다. 다른 건물에 근무

            하는 사람들은 서로 모르고 지내나?

[재원] 자기 팀원 외에는 잘 모른다.

[필자] 각자 담당업무 좀 간단히 소개해달라.

[진혁] 나는 시스템 기획과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됐는데 '리소스관리'라는 업무다.

            기획자인데도 소스세이프를 다루게 되었다.

* Source Safe란 프로젝트나 파일을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작업을 할 때 원활한 작업이 이루어지도록 관리하는 도구이다. 핵심적인 기능은 하나의 파일을 동시에 여러 명이 편집하여 발생하는 문제를 방지한다.

[필자] 구체적으로 어떤 리소스를 관리하나?

[진혁] 그래픽도 있고 프로그램도 있다.

[필자] 팀 내에서 개발하는 모든 소스를 기획자가 관리하는 건가?

[진혁] 그렇다.

[형석] 나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진혁] 우리 클라이언트 파트장이다.

[형석] 요즘은 클베라 다른 팀하고 연계된 작업이 많다. 서버나 빌링팀과 연계된 업무,

           팀 내부 스케줄 관리 등이다.

[필자] 엔진도 본인이 담당하나?

[형석] 요즘 사람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필자] 이번 클베 반응은 어땠나?

[진혁] 회사기밀인데.... 재미 짱이란다. ㅋㅋ

[필자] 재영이는?

[재영] 나는 비주얼에 대한 연출과 스크립트 작업, 퀘스트 업무를 하고 있다.

[필자] 처음에 입사하면 분위기 파악 할 시간을 주나?

[재영] 1~2주 정도 분위기에 적응하고 팀에서 개발한 게임도 해보는 그런 시간을 준다.

[명근] 나는 다음날부터 시작했는데...

[필자] 자네는 경력이잖아. 그럼 재원이는?

[재원] 나는 혼자서 기획하고 있다. 인력계획도 잡아 놓기는 했는데 기획자는 나 포함해서

           3명 정도만 뽑을 예정이다.

[필자] 캐주얼 게임인가?

[재원] 액션게임이다.

[필자] 학원 다닐 때 졸업프로젝트로 만들었던 불후의 명작, 지니스! 그런 풍인가?

[재원] 그런 사이드뷰는 아니다. 설명하기는 좀 그렇고 나중에 나왔을 때 보면 안다.

          중간에 드롭이 안 된다면...

[필자] 넥슨은 전체 인원이 몇 명이나 되나?

[재원] 정확히는 모르지만 천 몇 백명 된다.

[필자] 으아.... 대단한 규모다. 그 중에 개발자는?

[재원] 대략 절반 정도 될 것 같다.

[필자] 그럼 건물이 여섯 개에 인원은 천 몇 백명, 그리고 개발본부가 4개... 그렇게 되는 거군.

[진혁] 개발본부 안에 개발실이 있고 그 안에 개발팀이 있다.

[재원] 그리고 해외 스튜디오도 있다.

[필자] 해외스튜디오는 현지인들 위주인가, 파견인원 위주인가?

[재원] 미국은 해외개발자를 영입해서 개발 중인 것 같은데 일본은 잘 모르겠다.

[필자] 규모가 크니까 자기팀 외에는 잘 모르는구만. 출퇴근 시간은 어떻게 되나?

[형석] 우리팀은 8시 출근에 5시 퇴근인데 5시에 퇴근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필자] 8시 출근이면 게임회사 중에는 상당히 빠른 편이다. 요즘 클베준비로 그런 거 아닌가?

[형석] 아니다. 원래 그렇다.

[필자] 그 중에 칼퇴근 하는 사람은 없나?

[형석] 한 고비 넘길 때마다 1~2주는 칼퇴근 하기도 한다.

[필자] 출근시간을 어기면 불이익이 있나?

[형석]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지만 8시에 출근하는 본부장님의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

          대신 8시에 출근하면 아침밥을 제공한다.

[필자] 그럼 식당을 정해놓고 아침밥을 먹나?

[형석] 우리본부의 경우는 본부장님 비서가 간단한 아침식사용 간식을 준비해준다.

[필자] 혼자 사는 사람은 괜찮겠다. 그럼 늦었을 때는 아무 일도 없나?

[형석] 처음에는 1주일에 3번 이상 지각하면 반차를 깍기로 했지만 실행하기는 어렵다.

[필자] 재영이네 팀은?

[재영] 우리도 9시반부터 6시반까지 일한다. 우리팀은 칼퇴근 하는 사람도 많은데 요즘은

          중국권에 수출 문제로 야근도 많이 한다.

[필자] 여성들이 많은 팀은 퇴근시간을 잘 지키지 않나?

[재원] 여성이 팀장이면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우리도 9시반에서 6시반까지다.

            우리는 팀원이 3명밖에 없지만 지각비를 10분당 천원씩 받는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지각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아직 정식팀이라고 할 수는 없고 허들을 넘어서야 인사상으로 정식팀이 된다.

[필자] 지각비 받는 팀은 돈이 모이면 회식에 쓰나?

[재원] 전에 보면 회식에 쓰기도 하고 두세달에 한번 근퇴 우수자에게 상품권을 주기도 한다.

[형석] 우리 파트도 두 달 조금 안되는 기간 동안 벌금제를 했는데 30여만원이 모였다.

            우리 파트는 총 7명 밖에 안 되는데...

[필자] 그럼 1인당 5만원은 냈겠다?

[형석] 아직도 수금하지 못한 돈만 10만원이 넘는다. 두 달 시행하다가 다들 성질 난다고

            때려쳤다.

[필자] 지각비가 쎈건가, 지각을 밥먹듯이 하는 건가?

[형석] 10분에 천원 밖에 안했다.

[필자] 하긴 출근시간이 빠르니까 그렇겠군. 한 번 늦잠자면 돈 만원 우습게 나가겠다.

          야근은 많이 하나?

[재원] 우리들 상태를 보면 답이 나온다.

[전원] ㅋㅋㅋ

[필자] 그래도 다크서클이 심하지는 않은데? 학원에서 프로젝트 할 때보다 훨씬 낫다.

          영양섭취가 좋아서 그런가...

[필자] 건물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나?

[재원] 이 길 따라서 100m 이내에 모여 있다. 근처에 넥슨이 사용하는 건물이 많아서 편의점

          에 '선능넥슨점'이라고 표시된 곳도 있다.

[필자] 일 하면서 내가 이런 부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겠다고 느끼는 점은 뭐가 있나?

[재영] 나는 요즘 모든게 부족하다고 느껴서 열심히 흡수 중이다.

[진혁] 나는 잠이 필요하다. 아침잠이 많은데 일찍 일어나는게 제일 힘들다.

[필자] 요즘 뭐 배우러 다니는 건 없나?

[재원] 집에 가면 12시다.

[필자] 그럼 동호회 활동 할 시간도 없겠다. 사내 동호회는 어떤가?

[재원] 동호회는 많다. 열심히 활동하는 동호회는 공연도 하고 그런다.

[필자] 늦게 퇴근하는데 그게 가능한가?

[진혁] 공연준비가 있다고 하면 배려해준다.

[재원] 근무환경은 본부마다 다르고 본부 내에서 팀별로도 차이가 있다. 팀에 따라 칼퇴근 하기가

          눈치보이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야근을 자주 하는게 무능 하다고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열심히 한다고 보는 사람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팀장이 토요일도 나오고

          개발본부장님도 그러면 분위기가 자연히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필자] 회사에서 동호회에 지원이 있나?

[진혁] 1인당 얼마씩 지원이 있는 것 같다.

[필자] 자세히 모르는 것 보니 여기에는 동호회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재영] 나는 첫날 농구동에 가입했는데 모임시간이 수요일 밤 10시다.

[필자] 박카스 광고 찍는 것도 아니고 한 밤중에 무슨 농구냐? 나가보니 사람들은 많던가?

[재영] 한 번도 안 가봐서 모른다.

[전원] ㅋㅋㅋ

[재영] 스노보드 같은 다른 동호회에 다시 가입할 예정이다.

[필자] 스노보드 잘 타나?

[재영] 나는 만능스포츠맨이다.

[필자] 왜 야마카시는 안 하나?

 재영군은 졸업프로젝트 때 '야마카시'를 소재로 한 게임을 만들었다.

[재영] 관절이 안 좋아서...

[전원] ㅋㅋㅋ

[필자] 재학생들에게 특히 열심히 하라고 권하고 싶은게 있다면 어떤 게 있나?

[형석] 학원에 와서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되었지만 컴퓨터를 전공한 사람들과 비교하면

          기반이 부족한 것 같다. 예를 들면 자료구조라든지 알고리즘 같은 거...

          기존 소스를 보면 언어는 문제가 전혀 없지만 처음에는 그런 부분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요즘은 쉬운 책들이 많이 있으니까 틈틈이 공부해서 기반를 닦기 바란다.

[필자] 기획은?

[재원] 기획서에는 한 두 줄로 표현되는 내용이 실제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복잡한 작업이

            될 수 있다. 보통 기획자들은 구체적인 생각 없이 막연하게 구현 될 거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기획자의 추상적인 생각이 실제로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 많은지 직접 겪어보기를 권한다. 기획자들이 머리 속에 상상하던 것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강한데 현실감각은 떨어진다. 기획자의 현실감각이 부족할 수록 그래픽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가 고생을 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만드는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마인드를 가져야 개발에

            무리가 없고 커뮤니케이션도 원만하게 이루어진다.

            기획자가 설레발 치지만 않으면 최소한 프로젝트가 드롭되는 일은 없다라는 얘기도

            농담처럼 나온다.

[형석] 프로그래머가 선호하는 기획자는 본인이 원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자세히 표현하고

            그에 따른 선행작업까지도 설명 해주는 사람이다. 프로그래머는 기획에 근거해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기획자가 그들이 이해시키지 못하면 작업이 이루어질 수 없다.

            글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글로 부족하다면 옆에 붙어서 계속 설명

            해서라도 이해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진혁] 글로 남을 이해시킨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나도 말을 많이 하게 된다.

대화를 하는 중간에 졸업생들이 수시로 나가서 음료수를 가져왔다.

[필자] 그런데 여기는 자판기에서 병음료가 나오나?

[재원] 그럴리가... 이건 냉장고에서 꺼내온거다.

[필자] 그럼 냉장고에 가서 그냥 꺼내 먹으면 되는 건가?

[재영] 그렇다. 입사해서 보니까 라면이 많더라. 강남에 음식값이 최소 5000원은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그걸 보니 안심이 됐다.

[필자] 그럼 음료수 말고 컵라면도 무료제공인가?

[재영] 건물마다 비치 해놓고 있다.

[재원] 컵라면 뿐만 아니라 밥도 준다. 일명 넥슨다방이라고 있는데 거기 가면 엄청 큰 솥에

          밥을 해놓는다. 집에서 반찬만 가져오면 밥은 거기서 먹을 수 있다.

[재영] 냉장고에 일주일 먹을 반찬을 가져다 놓은 사람들도 많다.

[필자] 밥 있고 컵라면 있으면 반찬도 별로 필요 없겠다.

[재원] 카레, 짜장 같은 걸 1000원에 팔기 때문에 반찬이 없어도 괜찮다.

[필자] 점심값 들어갈 일이 없겠다.

[재원] 매일 그 것만 먹으려면 지겹다. 그렇지만 밥값이 비싸기 때문에 항상 붐빈다.

            자리가 부족하면 회의실에서 식사하는 사람들도 많다.

[신구] 야근 말고 철야도 자주 있나?

[재원] 철야는 크런치 모드일 때, 그러니까 클베나 오베 때 주로 한다. 평상시에 철야하면

          사람 잡는다. 야근을 하더라도 10시 정도까지만 한다.

          평상시에 철야를 하는 회사는 정상적인 회사가 아니다. 그렇지만 서비스 직전,

          대략 1주일 내외에는 회사에서 먹고 자는 경우가 많다.

[형석] 넥슨에서는 서비스 시점이 아니더라도 3개월 주기로 철야를 하는 수가 있다.

            허들이 3개월 마다 있기 때문에 허들을 앞두면 일이 더 바빠진다. 개발자 나름대로의

            욕심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걸 보여주려다 보면 일이 커진다.

[필자] 허들이라는 건 개발본부에서 중간점검을 하는 개념인가?

[재원] 개발본부가 아니라 전사의 실장급 이상 간부들이 다 모여서 3개월 동안의 마일스톤에

           따라 개발된 내용을 발표하는 것이다. 그 걸 평가해서 프로젝트의 계속진행 여부를

           판단한다. 프로토타입이 본부 내에서 검토하기 위한 것이고 여기서 통과되면 허들이

           시작된다.

[필자] 부담 좀 되겠다.

[재원] 그러다보니 회사 내에 숙소가 있다. 샤워실도 있고...

[필자] 숙소는 건물마다 있나?

[형석] 없는 건물도 있다.

[필자] 그럼 숙소 있겠다, 샤워실도 있겠다, 밥 주겠다, 배낭 하나에 개인짐 넣어놓고

          회사에서 먹고 사는 사람은 없나?

[진혁] 그런 농담은 많이 한다. CCTV에 찍혀도 안 쪽팔리게 숙소 있는 건물이 세개니까

          하루씩 돌아다니면서 자면 된다는 얘기...

[신구] 프로그래머를 하다가 기획자가 되는 것 하고 처음부터 기획자로 취업하는 거 하고

          어떤 장단점이 있나?

[재원] 그건 회사 사정에 따라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때 적당한

          기획자가 없으면 팀장급 정도 되는 사람에게 기획을 맡기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런데 프로그래머에서 기획자로 전직하려는 계획을 처음부터 가지고 시작하는

          사람은 거의 못본 것 같다.

[형석] 나도 회사사정에 따라 프로그래머가 기획을 하는 경우를 봤다. 프로그래머 입장

          에서는 기획자가 프로그램 출신이면 좋아한다. 프로그램을 알고 있는 기획자는 실제

          작업에 무리가 없는 기획서를 작성한다. 그렇지만 그런 일이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프로그래머에서 기획자로 가는 사례 보다는 관리자로 가는 경우가 많다.

[필자] 원래 직급이 올라가다 보면 관리적인 측면이 강해지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

[재원] 프로그램을 2~3년 하다가 본인이 기획자가 되기를 원해서 회사에 건의를 하는

          경우에는 신입으로 다시 시작하는 게 원칙이다. 경력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이

          있어도 실행하기는 어렵다.

[필자] 원래 예전부터 그랬다. 자기 분야가 아닌 쪽으로 업무를 바꾸려면 신입대우를 감수

          해야 한다.

[재원] 요즘 프로그램 인력은 많이 부족한데 기획자는 통상적으로 과잉상태다.

[신구] 프로그래머 중에는 기술력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프로그래머로 시작

            해서 기회가 된다면 기획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필자] 프로젝트 매니저 정도 되면 기획회의에도 참석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형석] PM은 기획에 가깝다.

[필자] 팀을 관리하려면 기획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의견을 낼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형석] 특별히 기획에 참여 할 의도가 없어도 기획자들과 오래 얘기하다보면 그게 기획이

          된다.

[필자] 회사자랑에 대해서 따로 물어보려고 했는데 벌써 얘기 중간에 많이 나왔다.

          그 외에 특별히 자랑하고 싶은게 있나?

[재원] 넥슨 규모의 다른 회사와 비교하면 기본적인 복지에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은데 사소한

          부분에서 신경을 많이 써준다. 예를 들어 5월은 가정의 달이니까 가족이나 애인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라고 공연티켓을 준다든지, 독서의 계절 가을에는 도서

          상품권을 준다든지... 그리고 월별로 챙겨주는 게 많다.

[필자] 결국 이벤트가 잘 되어있다는 거네. 하긴 온라인게임회사니까 이벤트는 확실한 것

          같다.

[재영] 문화생활비도 있다.

[필자] 그게 뭔가?

[재원] 자기개발비를 지원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기프트카드 같은 건데 분기마다 40만원을

          넣어준다.

[필자] 뭐에 썼는지 보고 할 필요는 없나?

[재영] 몇 가지, 그러니까 향락에 관련된 건 안된다.

[필자] 회식은 자주 하는 편인가?

[형석] 일정액의 운영비가 나오는데 팀단위로 그 돈을 모아서 여행을 가기도 하지만 우리 팀은

          계속 묻어두고 있다.

[필자] 그렇게 계속 묻어두면 그 돈 아까워서 퇴사 못하는 사람도 있겠다.

[형석] 우리팀은 술 마시는 사람이 정해져 있어서 회식 때 술을 잘 안하는 편이다.

[필자] 그 팀도 여성이 많나?

[진혁] 그런 건 아닌데 사람들 체력이 딸려서 그런 것 같다.

[재원] 요즘은 술을 마시더라도 맥주나 와인바 같은데 가서 간단하게 마시지 소주로 새벽

          까지 달리는 일은 거의 없다.

[진혁] 고기집 가면 옷에 냄새 밴다고 아웃백 같은 곳에 많이 간다.

[형석] 그래도 마시는 사람은 밤이 새도록 열심히 마신다.

[필자] 전체 회식은 술자리가 적고 술 좋아하는 사람끼리 따로 마시는 분위기군.

[형석] 그렇다.

[필자] 여성개발자가 많은 재영이네 팀은 회식을 어떻게 하나?

[재영] 회식에 딱 한번 참석했는데 맥주 간단히 먹고 끝날 줄 알았다. 입사신고 하느라

          술을 좀 따랐더니 발동이 걸려서 2차로 소주집에서 새벽까지 마셨다.

[필자] 뭐 이래? 완전 거꾸로잖아? 재원이네 팀은 회식하면 진짜 오붓하겠다.

[재원] 세 명 밖에 없는데 그나마 두 명은 유부남이다.

[필자] 그럼 혼자 총각이네?

[재원] 게다가 둘 중에 한 명은 술을 아예 못마신다. 그래서 회식 때 술 마실 일이 없다.

          술 생각 나면 혼자 해결해야 한다.

[필자] 다음은 재학생들이 관심을 많이 가질만한 질문인데 입사조건은 어떻게 되나?

[형석] 프로그래머는 다른 분야와 채용방법이 약간 다르다. 기획이나 그래픽은 팀에서 먼저

          면접을 보고 인사면접, 직군면접 순인데 프로그램은 직군면접과 인사면접부터 본다.

          그게 통과되면 입사지원자에 대한 정보를 각 팀들에게 주고 원하는 팀이 면접을 본다.

[필자] 직군면접에서 면접관은 어떤 사람이 하나?

[재원] 개발자 중에서 근속기간이 길고 메인급인 사람이 맡게 된다.

[필자] 어느 팀에 가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보는 건가?

[형석] 프로그램쪽만 그렇다. 원서를 내면 직군면접과 인사면접을 함께 보는데 거기에 합격

          하면 1차 합격통보를 한다. 그 점수와 인적사항을 각 팀에 알려주고 그 인력을 필요로

          하는 팀이 면접을 보는 방식이다. 팀과 뭔가 안 맞아서 면접에서 떨어지더라도 점수가

          좋으면 다른 팀에서 다시 면접을 볼 수도 있다.

[필자] 우리팀에서 특정인물을 필요로 한다고 해서 바로 데려다 쓸 수 있는 구조가 아니군.

[재원] 다른 회사들은 보통 그런 방식이지만 넥슨은 반드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물론 장단점은 있다.

[필자] 그럼 지원자의 선택권은 전혀 없나?

[재원]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일단 희망하는 팀을 밝힐 수는 있는데 문제는 그 팀에서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 쪽은 면접 때 과제가 나간다. 언제까지 정해준 모델링을 해오라든지...

[필자] 신입도 뽑나?

[재원] 재영이를 보시라. 물론 신입도 뽑는다.

[필자] 인터뷰가 너무 길어졌으니 후배들에게 전하는 말은 메일로 보내주기 바란다.

          오늘 동행한 후배들은 질문하고 싶은 거 없나?

[태섭] 학원에서 듣는 기획수업이 현업에 나왔을 때 얼마만큼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진혁] 단순히 기획수업을 듣는 것보다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더 중요하지만 일단 상당한

            도움이 된다. 게임개발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바탕이 되기 때문에 꼭 기획자가

            아니더라도 열심히 들어야 한다.

[재원] 현업에 나왔을 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이다.

            기획수업을 하면서 말로만 들으면 잘 와닫지 않지만 직접 경험을 함으로써 전반적인

            개발프로세스를 이해하게 된다. 요즘 들리는 말에 의하면 지금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12기들 사이에 기획서가 없다는 불만이 있더라. 그런데 기획자들에게 물어보면 모두

            기획서가 있다고 한다.

[필자] 아니, 이 사람들이 기획서를 암호문으로 썼나. 돌아가서 점검 해봐야겠다. (뿌드득...)

            아무튼 장시간 인터뷰 하느라 열나 수고했다.

졸업생들과 함께 단체사진

오늘도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남기는 글을 마지막으로 졸업생 탐방기사를 마치겠다.

그럼 나는 20000. =3=3=3

[신재원]

12, 13기 재학생들 모두 학원에서 의미있는 시간들을 보내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걱정도 많으실테고, 하루하루 과정을 따라가는게 힘들수도 있겠지만 지나고나면 자유롭게,

그리고 별 제약없이 이것저것 상상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이 바로 여러분들이 속해 있는 그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들 잘 아실테지만, 게임 개발은 어느 하나의 파트만으로는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산업이 커지면서 개발 비용에 대한 리스크는 점점 커져가고, 하나의 상품으로서의

게임을 만들어내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더 많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며, 그 준비 단계에 있는 지금 시점부터 착실히 여러

부분들에 대한 공부를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게임 개발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하나의 게임을 만드는데 수십억의 자본과 수십명의 인력이 기본적으로 투입되는 시대입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테크니컬한 로우 레벨의 실력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협업과 팀워킹에 필요한 마음가짐,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비판보다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생각을 가지는 것도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학원에서 제시하는 커리큘럼에 맞춰서 잘 따라가시다 보면 좋은 결과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모두들 열심히 하셔서 원하시는 목표점에 걸맞는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길 빌겠습니다.